카테고리 없음

유럽감성 골목길

기록*비엔나* 2025. 7. 3. 06:00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저녁 산책을 하는 편이다
오래된 습관 중 하나이다

행동이 빠른 남편
행동이 느린 나
걷다 말고 사진 찍고
외출하기 전 정리하는 나, 화장실에 들르는 나를
싫은 소리 않고 기다려준다
미안해서 조금 빠르게 움직이며 보폭을 맞춰본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나는 골목골목을 걷는다

이곳이 비엔나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발길을 옮겨본다

걸어도 걸어도 질리지 않는
사진 속 어디쯤 같은 풍경은

내 평생 잊지못 할 산책길이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골목에
가게의 불빛은 손님을 기다리고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돌바닥에
한 발 한 발 땅을 밟는
이만하면 비엔나 감성 제대로 느끼는
훌륭한 산책길이지

나는 천천히 걷고

가다가 서서 화려한 성당 지붕을 바라보고
여행 같은 산책을 맛본다

끝 쪽 하늘은 환한데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골목은
어둠이 일찍 찾아온다
걸음마다 시간이 살포시 흩어지는게
아주 마음에 든다

오늘의 골목은
한 장의 엽서가 되어 내 곁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