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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일상

기록*비엔나* 2025. 4. 29. 06:00

남편은 휴일이라고 늦잠을 자는 법이 없다
더 일찍 일어나 부산을 떤다
아 짜증
더 자고 싶은데 왔다 갔다 물 마시는 소리 티브이 소리 더 잘 수가 없다
이 남자 배려라는 게 없다 자기 잠만 다 자면 다 잔줄 안다
소리를 꽥 지른다
'더 자고 싶다앙~~'
그때야 사태를 파악하고 슬며시 문을 닫아준다
소리 지르고 나니 미안해서 잠이 안 온다
부스스 일어나 간단 아침 준비 한다
남편도 미안했는지 오늘은 커피를 내리겠단다
남편이 커피 내리는 건 손가락으로 스위치 누르는 게 전부다
그러면서 커피 내렸다고 생색은 다 낸다
휴일의 아침은 토닥토닥 이렇게 시작한다

멀지 않은 곳에 성당이 있어 매주 미사를 드린다(몆 주 전 사진)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 화창
점심 챙겨서 먹고 산책을 나간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라마 염소 동물들도 구경하고

공원마다 만들어져있는 탁구대에서 어른들은 탁구도 치고

낚시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이야기는 끝이 없고 여기 앉아보고픈 마음에 한 참을 기다려도 일어날줄 모르는 두 여인 그냥 포기하고 돌아섰다

이렇게 누워서 독서 삼매경에도 빠진다

물에 빠진 나무 위에 새둥지 어미가 알을 품고 아빼새는 먹이를 물어다주고

이야기하며 걷다가 쉬다가 놀다가

은퇴를 앞둔 부부는
푸르고 높은 아름드리나무들 그리고 햇살 바람 그늘 아래에서
은퇴 후의 생활 기대와 설렘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것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자라고 결론을 내린다
많이 걸었더니 배도 고프다

중국집 볶음밥 닭발 부추딤섬 맥주 탄산수 남편은 이 집 볶음밥을 너무 좋아한다.

주름진 손 마주 잡고  산책 후 맛난 음식 나누며
다정하게 나이 들어가자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