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행동이 매우 느렸다고 한다
머리카락도 덤성덤성
말 시작도 또래아이들보다 느렸고
밥 먹는 속도도 행동도 빠르지 못했던 내가
학창 시절 단발머리 자를 때 미용사가 하는 말
머리숱이 너무 많아 자르기 힘들다고 했고
직장 생활은 말을 많이 해야 했던 직업이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두 가지는 해결이 되었지만
밥 먹는 속도와 행동이 빠르지 못한 건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교생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밥을 빨리 먹어야 하는
상황이 많았지만 천천히 먹는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식구들이야 모두 알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밥을 먹지만
학교생활 직장 생활에서는 양해를 구하던지
아니면 내가 상대들의 밥 먹는 속도에 맞춰
대충 밥을 먹고 수저를 놓기도 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나는 내 입으로 들어가는 밥에만
열중해야만 하니 식사시간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행복해야 할 식사 시간이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었고
상대방들에게는 매번 미안했었다
힘들어하고 미안해하는 나를 주위사람들은 관대했지만
나는 천천히 혼자서 밥을 먹는 걸 택하곤 했었다
우리 집 밥 상머리에는
나의 밥 먹는 속도와 남편이 밥 먹는 속도는 정확하게
2배 정도의 속도 차이다
남편은 빠르고 난 느리고
밥 양도 내가 적은데도
정확하게 내가 반을 먹었을 때 다 먹고 일어난다
처음엔 내가 먹을 때까지 앉아 있어 달라고
요구도 했지만 지금은 앞에 앉아있는 게 부담스러워
밥 다 먹었으면 일어나도 좋다고 한다
둘이서 같이 시작한 밥 시간이
끝나는 건 혼자 밥 먹는 느낌이다
내가 천천히 음식을 먹는 건 순전히
친정아버지를 닮았다
느리게 식사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엄마는 늘 뭐라고 하셨고
그러나 아버지는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천천히 먹는 게 건강에 좋다며
괜찮다고 하시며 밥 먹는 나의 속도를 맞춰주셨다
살아가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난다
다르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다르기 때문에 다투기도 언쟁하기도 한다
우리 집 밥상머리
영원히 풀리지 않는 속도에
저마다 다른 속도가 있음을 서로 인정하고
여유롭게 넘길 수 있는 넓은 마음으로
오늘도 식사를 한다

'토론토 일상을 글로 색칠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토론토 심장부에서 2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세인트 로렌스 마켓( St. Lawrence Market) (18) | 2025.10.24 |
|---|---|
| 토론토의 핫 플레이스 The Distillery Historic District (더 디스틸러리 히스토릭 디스트릿) (15) | 2025.10.22 |
| 도심속 빌딩 바람터널을 걷다 (22) | 2025.10.20 |
| 캐나다 주류 판매점 LCBO 다양한 술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 (15) | 2025.10.19 |
| 매일 한 장의 일기 (25) | 202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