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매년 1월이면 수첩에 1년을 시작하셨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없지만
나 역시 아버지랑 똑 같이 매년 1월에 다이어리에
1년을 시작하고 있더라
매 시간 뭘 했는 것까지 적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아버지를 꼭 닮았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
아버지와 나는 택시를 탔다
아마도 대연동에서 범일동 가는 길이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아버지는 택시를 타자마자
볼펜을 꺼내시더니 손바닥에 뭔가를 적으셨다
그땐 뭘 적는지 몰랐다
그저 아버지 따라 외출하며 맛난 거 먹는 게 좋았던 시절
목적지에 내려 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되시면서 당황하셨다
어린 나를 챙기시는 게 우선이어서
카메라를 택시에 두고 내려셨던 거
얼마나 소중한 카메라였는데 그걸 두고 내리시다니
아버지는 파출소로 가셔서 손바닥에 적은 것을 보여주셨다
그기에는 몇 시 몇 분 무슨 택시를 탔다는 게 적혀있었다
그 덕분인지 택시기사의 양심인지 카메라는 MBC 방송국
잃어버린 물건 코너에 있었고
그 당시에는 습득한 물건을 방송국에 갖다 주면 방송을 해서
찾아가는 코너가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아버지는 귀중한 카메라를 찾으셨고 그 사례로
약간의현금과 담배 한 보루를 사례했던걸로 기억이난다
지금은 이해가 안되지만 그 당시에는
담배가 큰 선물이었던것 같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아버지에게는 가족 다음으로 소중했던 물건이었을 텐데
그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지금이야 휴대폰 메모에 적어도 되지만
아버지는 수첩과 볼펜을 들고 다니시던지
아니면 손바닥에 적었다가 수첩에 옮겨적으셨던
이해가 되지 않은 행동들
그 행동을 어느 날 똑 같이 하고 있는 나
그 아버지의 그 딸이란 말이 우리 부녀를 두고 한 말일까
아버지의 수첩은 아버지의 역사이고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필체 하나하나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고 고달픈 삶의 증거였다
한눈에 볼 수 있는 나의 하루 시간들
바쁜 것 하나 없는 혼자만의 생활을
스스로 마음을 바쁘게 만들어버리는 데일리 리포트
왜? 란 의문이 들 때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좋을듯싶었다
데일리 리포트에 빠져 종종거릴 때 보이지 않던
마음을 좀 들여다보면서 조금은 느긋하게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니 참 좋다
오늘
지금은 나를 다그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아보는 거
그 마음을 풀어놓고 사는 것이 제일인데~~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서의 바쁨
나 스스로 바쁨을 채찍질할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가 도둑맞은 기분
적당한 바쁨과 휴식사이를 저울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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