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는 일은 나의 일상이다
식당밥 보다 간단한 도시락이 편하고 좋다고 해서
아침에 부지런히 도시락을 준비하게 된다
오늘은 사무실에서 초밥을 시켜서 먹는다고
도시락 준비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일단 주방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탕비실에서 점심 먹는 사진을 보내왔다
왠 맥주?
직원들이 다 모여서 점심을 시켜 먹을 때는
맥주 한두병 포도주를 곁들여 마신다고 한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라
요즘 젊은 친구들은 K팝 K드라마 한국에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 한국에 대해 뭘 물어보면 아는 게 없어 대략 난감하단다
한 직원은 휴가 때마다 한국을 가서 여행을 하고
자전거로 전국을 돌았다고 한다
한국사랑에 푹 빠진 청년은 탕비실에 밥솥과 김치를 두고
점심을 해결하고 햄버거 피자에 김치를 얹어서 먹을 만큼
김치사랑도 대단하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을 가고 싶어 하고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참 많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주방에서 해방되는 날 저녁도 외식이다
비엔나에도 한인 식당이 참 많지만
그중 한 곳 김치가 맛있는 코코스로 저녁 먹으러 갔다
맥주 한잔 시키고

한국처럼 밑반찬은 많지 않다
배추김치, 깍두기, 양파장아찌, 그리고 명이나물 김치
비엔나 외각 공원이나 야산에 가면 명이가 지천에 널려있다
한국사람들이 따서 명이나물 반찬을 해서 먹는다고 하는데
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아마도 그 명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파전
여기 파전은 파보다 밀가루 계란이 더 많아
파전이라기보다 피자에 가까운 한국식 피자라고
외국인들이 좋아한다

고기를 넣은 된장찌개
집에서 끓여 먹는 된장찌개도 괜찮지만
이 집 된장찌개의 맛이 칼칼하니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한 한국의 맛이 숨어있다

감성돔
도톰한 생선에 젓가락질하기 편하게 칼집을 내서
간도 적절하게 먹기도 편하다
도톰한 등살을 한점 떠서 밥 숟가락에 얹어 주는 요셉
생선이 귀한 곳이니 감성돔 한 마리가 주는 밥상은
고향의 맛을 부른다

저녁 먹고 먹은 만큼 칼로리 소모를 해야 하니
강을 따라 걷는다
해는 서산으로 지고 강을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꺼리 가지고 삼삼오오 모여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아무 곳에 걸터앉으면 내 자리이니
술 한잔 기울이며 저녁시간을 보내는 이곳 사람들의
자유로움과 함께 걷는다

카페 밖 강을 바라보며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가 카페들의 바쁜 시절이 돌아왔고
카페 밖의 의자와 테이블만 놓으면 그곳이 매장이 되고
테이블과 의자만 있으면 사람들이 모인다

지독하게 자유롭지만
지독하게 외로워 공허가 밀려올 때
강가에 혼자 있어도 괜찮고

친구들이랑 강아지랑 약간의 술만 있으면
그들의 행복한 저녁시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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